졸업 후 의사 면허 취득 여부, 교원 확보 등 쟁점 多
서울대 "정원 신청 단계…구체적 답변 어려워"
교육부 "의과학과 신설 절차 진행 여부 알 수 없어"

서울대가 학부 과정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가칭)‘의과학과’ 신설을 발표하며 정원 50명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학부 과정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가칭)‘의과학과’ 신설을 발표하며 정원 50명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학부 과정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가칭)‘의과학과’ 신설을 발표했지만 그 정체가 모호하다. 현재로서는 의과학과 졸업 이후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서울대는 지난 7일 2025학년도 의예과 정원으로 15명 증원을 요청하고 별개로 학부 정원 50명도 신청했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 신설 예정인 의과학과를 위한 정원이다.

서울대는 “정원 신청 과정에서 학내·외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의료계 현실과 국가적·국민적 고민을 필요로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이번 증원이 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의사과학자 양성에 집중적으로 활용되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해 대학 차원의 정책적 결과물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전공의 대상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전일제 박사학위 과정, 2022년 의과학자 학과정을 추가하며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의사과학자 관련 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서울대가 첫 사례다. 때문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선 의과학과 졸업생이 의대 졸업생과 동일하게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과 합격 후 면허 취득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의료법 제5조에 따르면 외국의대 졸업자를 제외하고 고등교육법에 따른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해 '의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 의사 국시 응시 자격과 합격 후 면허 취득이 가능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대가 의과학과 정원을 의예과가 아닌 학부 정원으로 신청한 만큼 의대가 아닌 공과대학 혹은 첨단융합학부에 설치한다면, 의사 면허 취득은 불가능하다. 의료법 개정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또 임상에 집중하는 기존 의대 과정과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필요하고, 학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의사과학자 진로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외에 학생들을 가르칠 교원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신임 교원을 선발할 것인지 혹은 기존 교원을 재배치할 것인지부터 교원 중 의사 면허 소지자 혹은 전문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 것인지 등 의과학과 설립을 위해 고심해야 할 점은 산더미다.

그러나 서울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년의사가 의과학과 관련 쟁점들에 대해 서울대 측에 묻자 "아직 정원 신청 단계라 구체적인 답변을 주기 어렵다"는 답만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대는 의과학과를 2025학년도, 즉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의과학과 설립에 대한 학내 여론은 부정적이다.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변질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1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1,146명 중 83%가 의과학과 졸업생 중 상당수가 임상 분야로 편입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졸업생들이 첨단 바이오 혹은 디지털 헬스 등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는 답변은 4%에 그쳤다. 그 외에 졸업 후 더 큰 기회가 있는 해외 선진국으로 이민을 갈 것이라는 의견도 9%였다.

한편,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 신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대학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고려대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부 과정) 신설 여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는 단계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의사과학자 양성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2차 의대 정원 신청에서 100명 이상 증원을 요청한 대학 중 울산대·아주대도 의사과학자 과정 신설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계명대는 “정원이 얼마나 배정되는지에 따라 움직일 것 같다. 아직 별다른 안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연세대·성균관대·건국대 등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과학과 신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언론에 학과 신설을 공개했다고 해서 바로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에서 학과 신설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의대 증원 관련 업무로 인해 의과학과 신설과 관련된 사항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과 신설에는) 정원, 교수 채용 등 여러 문제가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학과 신설을 발표한 후 바로 학과 신설 공문을 시행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학교 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다음 학교와 교육부 실무진 간 협의를 거쳐 합의점에 도달해야 공문을 시행하는 만큼 아직은 논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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