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한의대 정원 축소 후 의대 증원 제안
의협 “의료일원화하자는 제안으로 보기 어려워”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대 정원을 축소하는 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자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대 정원을 축소하는 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제안했다(ⓒ청년의사).

정부와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의료일원화’가 화두에 올라 주목된다.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의료계 내에서도 한의대 정원 축소를 전제로 한 증원에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을 논의했던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도 한의대 정원을 줄이면 그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의료일원화를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 대한한의사협회가 가세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진행되는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합류하겠다는 목적이 강하지만 어쨌든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 그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했다. 이같은 방향이 “보건의료 인력 수급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도 했다. 현재 한의대는 총 12곳으로 입학 정원은 750명이다.

의료일원화는 해묵은 과제다. 정부와 의협, 한의협이 만나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보건복지부, 한의협과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일원화 합의문(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논의는 진전 없이 끝났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의료일원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관련 기사: 의료일원화 추진했던 의협 집행부마다 ‘역풍’…이번엔?).

그리고 이번엔 의대 정원 확대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다. 한의협이 먼저 화두로 던졌고 의료계 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다양한 의료 현안에서 꾸준히 대립해온 의료계와 한의계가 의대 정원 문제를 의료일원화 논의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한의협의 ‘한의대 정원 축소’ 제안도 의료계 내에서는 저의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고 의대로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며 “그런 측면에서 한의협 제안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의협이 의료일원화 논의 차원에서 한의대 정원 축소를 꺼내진 않았다고 봤다. 때문에 “이번 제안이 의료일원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 (한의협이) 의료일원화를 제안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협도 한의협 제안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봤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한의협이 내부적으로 협의를 한 뒤 한의대 정원 축소를 제안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에 한의계가 협조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꺼낸 말 같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순수하게 한의대 정원 축소만 얘기한 게 아니다. 한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며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히 한의대 정원을 축소하고 그만큼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일원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의협도 의대 정원 확대 논의 참여를 전제로 한 제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의협 이마성 홍보이사는 “필수의료 인력이나 의대 정원 논의에 한의사를 포함시켜준다면 한의사 수를 줄여 의사 수를 늘리는 부분까지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면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조건 한의대 정원을 다 내놓겠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열린 마음으로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게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홍보이사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한의사는 코로나19 검사도 하지 못하게 했다. 인력이 있어도 쓰지 않은 것”이라며 “의사들은 피부나 미용 분야로 많이 가니 한의사까지 포함해서 필수의료 인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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