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논의로 촉발된 집행부 불신 확산
복지부 “PA간호사 논의 참여 입장 갑자기 바꿔”
의협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모습이다. 집행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의료계 내부 비난 여론 때문이다.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한 이후 비난 여론은 거세졌고 급기야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탄핵) 추진으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 온 이필수 집행부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임상전담간호사 제도 개선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보건복지부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관련 기사: 복지부 PA간호사 개선 방안 논의 요청에 의협 ‘거부’).
복지부는 진료보조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의협과도 사전에 의견을 나눴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는 이달 중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2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등 관련 단체에 20일까지 협의체에 참여할 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의협도 위원을 추천해 주기로 했었다”며 “하지만 지난 20일 의협 측에서 내부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위원 추천 일정을 이틀만 연기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22일) 갑자기 불참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PA 간호사 관리체계를 논의할 방침이라는 입장이 담긴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미국식 제도인 PA 직역을 신설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른바 PA 간호사인 임상전담간호사가 요구하는 법적 불안해소,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 명확화 등을 위해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이어 또 다른 민감한 주제인 PA 간호사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논의 과정이 잘못 알려져 의료계 내부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9.4 의정합의에 따라 의대 정원 논의를 시작하자 ‘증원에 합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추진하고 싶어 하는 정책 방향에 맞춰서 공개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불신도 깔려 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복지부가 정책 방향을 발표한 뒤 매번 의료계와도 얘기가 잘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관련 보도를 본 회원들은 ‘의협 집행부가 우리 모르게 복지부와 합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현 상황에 대해 회원들이 너무 불안해해서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가 합의되지 않고 논의만 한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을 계속 쓰는 것도 영향이 있다. 의견 충돌이 있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도 있는데 단편적인 내용만 공개되고 성과처럼 다뤄지니 문제”라고 했다.
임상간호사 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다루는 의제에 대해서도 복지부와 의견차가 있다고 했다. 의협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다른 보건의료인력까지 포괄해 전반적인 진료보조인력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역을 다루길 원하는데 이번 협의체는 PA 간호사 문제에 국한돼 있다. 간호사의 독점 영역인 것처럼 구도가 형성된 것도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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