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실용주의 노선' 강조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보상제 등 "대화·소통 결과물"
재선 출마 의향 묻는 질문엔 "현안 해결 우선"

의료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와 대화를 시작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가 이 때문에 불신임(탄핵) 위기에 놓였다. 의과대학 정원 관련 논의가 결정적이었다.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의심이 불신임안 추진까지 이어졌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같은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더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으로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대화와 소통이 중요한 시기라며 불신임 추진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단호함도 보였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불신임이 추진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할 일은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국회, 정부와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 회원들이 실익을 얻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 저지와 불가항력 분만사고 피해 보상 재원 국가보상제 도입, ‘필수의료육성법’과 ‘선한 사마리아인법’(응급의료법 개정안) 발의 등을 “대화와 소통으로 이뤄낸 결과”로 꼽았다.

재선에 도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의료 현안 해결이 우선”이라며 그 외 다른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을 개정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인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실손보험 청구 대행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 검체검사위수탁, 임상전담간호사(PA) 제도 개선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5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5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 불신임이 추진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6일 기준 이필수 집행부 불신임안 상정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동의서에 대의원 84명이 서명했다).

우리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으로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할 일은 제대로 하겠다. 의협 집행부를 신뢰하고 힘을 모으는 데 주저 없이 동참해주는 회원들도 많은 만큼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회무에 임하겠다. 꾸준한 소통과 설득을 통한 실리추구가 궁극적으로 회원 보호의 길이라는 소신에는 흔들림이 없다.

집행부는 지난 2년 동안 협회 발전과 회원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개별 현안에 소신껏,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일부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임총소집을 주장하고 있어서 팩트체크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관련 기사: 불신임 추진에 정면돌파로 맞선 이필수 회장).

시대적 흐름이나 국민 요구가 변해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차선책으로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고 권익과 실익을 챙기도록 유연성을 갖추는 게 회원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유연성 있는 회무로 회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최선을 다해도 회원들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진 점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욱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회원들만 바라보며 회무를 수행하겠다. 앞으로도 해결해 나가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회원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집행부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면 대국회, 대정부 협상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한다는 보건복지부 방침에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중단까지 거론했다.

의협은 지난 6월 27일 의협은 복지부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29일 개최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의협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 의료현안협의체에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참여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각종 대책을 제시하고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고자 정부와 협력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의료현안협의체 등 논의의 장에서 협회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9.4 의정합의에서 의대 정원 문제는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논의를 시작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불신임 추진 이유 중 하나도 이 문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의협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필수·지역의료 등 기피 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필수·지역의료 분야에 우수한 의료 인력이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유입되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구축하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리의 제안과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의료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의료인력 확충방안’도 같이 검토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논의도 같이 진행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 복지부의 이러한 행보 때문에 험난하고 치열한 논의가 예상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지적해나갈 것이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대 정원 문제를 의료일원화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식으로 제안하면 논의에 참여는 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대 정원 문제를 의료일원화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식으로 제안하면 논의에 참여는 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 의대 정원 확대를 막을 수 없다면 이번 기회에 한의대 정원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의료일원화를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료일원화에 대해서는 추무진·최대집 전 회장 시절에도 논의된 바 있지만 안됐다. 의료일원화는 대한민국 의료를 위한 가장 큰 패러다임 변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의협뿐만 아니라 대한한의사협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 복지부가 한의대 정원을 줄여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정식으로 제안하면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의협 대의원회와 시도의사회장들과도 논의해서 풀어나가겠다.

- 결국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신설 요구가 나왔다.

오는 2025년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해도 이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수련 과정까지 마치는데 여성은 11년, 남성은 14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분야 의사 인력 부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 사업’을 정부에 제안했고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상을 은퇴한 시니어 의사로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의사로 확대했다.

현실적인 여건상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인프라와 지역 인구 감소 등으로 정상적인 의료기관 운영이 힘들다. 또한 교육·주거 등 정주 여건 역시 열악한 상황이어서 다른 유인책이나 지원방안이 없다면 의사들이 취약지역에서 활발히 의료 활동하기 어렵다. 특히 MZ 세대는 워라밸을 중시하기 때문에 지방에서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젊은 의사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간호사나 의료기사들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근무를 선호한다.

하지만 수도권과 대도시에 의료자원이 집중돼 있어 지역 간 의료접근성과 건강 수준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에 궁극적으로 의료인력 재배치와 인프라 배분 등을 통해 수도권의 의료자원 과잉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병원의 분원 설치는 지역의료에 있어야 할 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블랙홀이고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 하는 큰 요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아울러 필수의료 관련 의료인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의료사고특례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그래야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할 수 있다.

- 간호법은 막았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결국 국무회의에서도 의결돼 오는 11월 20일 시행된다. 대책이 있는가.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를 무분별하게 확대한 것은 의료인의 자긍심과 사기를 저하시키고 의료인력 수급정책에 악영향을 미쳐 원활한 진료에도 지장을 가져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의료인의 강력범죄, 성범죄의 경우 엄격히 면허를 취소하되 다른 범죄들에 대해서는 진료와의 연관성을 기초로 합리적으로 면허취소 사유를 규정하도록 관련 개정안 발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 시행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다시 합리적으로 재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여야 정치권,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

- 비대면 진료 제도화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의협 정보의학전문위원회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의정 협상을 통해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라는 합의를 이뤄냈다. 또한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전문적 사설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플랫폼 업체들의 대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지난해 7월 14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의 주치의’를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출원했다. 올 하반기에 개발이 완료되면 플랫폼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총선기획단을 구성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총선을 대비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모든 보건복지의료인이 협업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특정 직역만이 아닌, 모든 보건복지의료 직역의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을 목표로 진행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합리적인 보건복지의료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22대 총선에서 보건복지의료 분야 전문성과 경륜을 가진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하고 지지하겠다.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하겠다. 향후 지역 조직력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회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원이 주인인 의협을 만들겠다. 산적한 현안을 슬기롭고 합리적으로 헤쳐 나가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회원들이 안전하고 소신 있게 진료에 임할 수 있는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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