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차 수요조사 당시 계획안 제출…"신청 인원 달라"
의대들 "준비 이제 시작"…증원된 인원 수용 충분하다는 곳도
교육부, 필요한 교원 수 등 수요조사 중 "원래 계획했던 일정"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하나로 마련한 수도권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조정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비수도권 인기과 전공의 정원이 늘면서 지원자도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청년의사).
정부가 늘어난 정원 2,000명을 각 대학에 배정했지만 학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청년의사).

정부가 2025학년부터 의대 정원 확대 2,000명 배정을 발표한 후 각 대학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학교는 확정된 정원에 따라 강의실·실습실 등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에 나선 반면, 특별한 계획을 밝히기 어렵다는 곳도 있었다.

한편에선 의대생 동맹휴학, 전공의 사직 등 이슈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준비 계획을 추진하는 게 곤란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증원된 2,000명 중 82%에 해당하는 1,639명이 비수도권에, 나머지 361명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의대에 배정됐다.

당시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개별 대학 입장에서 이를 준비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된 셈”이라며 각 대학과 건물·시설 확충과 프로그램 개선 등에 대해 ‘파트너’로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원이 막 배정된 만큼 필요한 강의실·실습실 공간, 교원 수 등을 파악하는 등 증원에 따른 인프라 확충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각 대학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1차 의대 정원 수요 조사 당시 희망 인원을 신청하며 이에 따른 확충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신청 인원과 배정된 정원이 다른 대학들이 대다수다. 이에 해당 대학들은 배정된 정원을 기준으로 다시 계획을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이번 증원으로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늘어난 충북대는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며 앞으로 교육부와 협의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건물 증축 등을 계획 중이다. 앞으로 교육부와 협의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처음 수요 조사 때와 현재 인원이 조금 다르다. 확정된 인원에 맞춰 교육부가 지원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맞춰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외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정원이 110명에서 두 배에 가까운 200명으로 늘어난 경북대의 관계자는 “이제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다. 강의실을 증축하고, 부족한 교원은 교육부의 국립의대 교원 충원 계획에 맞춰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아야 하지만 의예과(예과) 학생의 경우 대개 교양수업 위주로 수강하는 만큼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정원이 125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 전남대 관계자는 “예과생은 대부분 교양수업을 듣는 만큼 일단 그 부분부터 해결할 계획"이라며 "전남대 학동 캠퍼스에 의대가 있었는데, 이를 화순 캠퍼스로 옮기면서 해당 부지가 비었다.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대도 2025학년도 입학생이 실습 등이 필요한 의학과(본과)생이 될 때까지 2~3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경상대는 현원 76명에서 200명으로 정원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경상대 관계자는 “(늘어난) 예과생이 교육받을 공간은 충분히 있다. 이 학생들이 본과로 가기까지 3년 정도 걸리는 만큼 이에 맞춰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현재 경상대병원은 진주시와 창원시에 있는데 의대 캠퍼스는 진주시에만 있다. 교육부·창원시와 협력해 창원시에 제2캠퍼스를 세우는 방법도 강구할 예정이다. 창원시도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 밝혔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재 인프라로도 늘어난 정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대학도 있었다.건국대 관계자는 “(정원이 늘어) 강의실을 확충할 필요가 있지만, 종합대학인 만큼 의대 이외에도 공간은 많다. 증원을 신청한 것은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수련병원도 서울과 충주에 각 1개씩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국의대는 정원이 4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다.

단국대는 당초 의대를 설계할 때 현재 정원(40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계획한 만큼 인원이 120명으로 늘어나도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처음에 의대를 설계할 때 100명 정도 인원을 가정하고 설계했기에 증원된 인원을 가르칠 여력이 있다. 그럼에도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동맹휴학, 전공의 사직 등의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길 곤란하다는 곳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하긴 어렵다. 현재 의대생 동맹휴학에 교수들도 사직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면 학생들과 교수가 얼마나 섭섭해하겠나”라고 했다.

단국대 관계자도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힐 만한 단계는 아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과 전공의 진료를 정상화하는 게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며 “일단은 그 일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교육부는 증원에 따라 필요한 교원과 강의실·실습실 수 등을 조사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 계획하고 있던 절차다. 처음에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할 때도 시설 확충 계획 등을 제출받았다. 정원이 변경된 만큼 당연히 다시 조사해야 한다”면서 “의대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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