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현택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
"의대 정국에 막중한 책임 느껴…회원 기대 부응할 것"
"진부한 회무·투쟁 안 할 것…총선 당락 의협 손 안에"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지금 "기쁘지 않다." 의과대학 정원이라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전국 의대 정원 배정까지 마쳤다. 대화하고 싶으면 아무 조건도 달지 말고 나오라고 한다. 정부에 항의해 병원과 학교를 나서는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는 연일 무거운 처분 압력을 받고 있다. 새 회장은 이들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아울러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서 임현택 당선인의 표정은 어둡다. 그러나 자신하고 있다. 이 국면을 수습하고 회원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방법도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 27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임 당선인은 더는 똑같은 파업, 결말이 정해진 투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회장 잘 뽑았다는 소리 듣겠다"는 포부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언사도 거침없다. 정부가 '입틀막' 해도 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임 당선인은 정권 퇴진을 언급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받았다. 이미 당선 당일(26일) 첫 일성으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도 파면하라고 했다. 대화는 그다음이라고 분명히 했다. "공은 정부와 여당이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동시에 다가오는 총선 당락이 "의협 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고도 했다.

임 당선인은 "진부한" 회무는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다섯 번 연임했다. 그 저력은 곧 "진부하지 않은 방식, 기존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수단"을 발휘한 데서 왔다고 여긴다. 앞으로 맡게 될 의협 회장으로서 회무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안정감 있는 회무"를 약속했다.

"개원의·전공의·봉직의 회원 목소리를 함께 담겠다. 예비 회원인 의대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회원 의사를 반영하겠다. 우리 회원이 더 이상 진료 현장에서 힘들지 않게 분명한 해결책을 내는 회장이 되겠다."

임현택 42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지난 27일 의협 기자단과 만나 현안과 앞으로 회무 방향을 밝혔다(ⓒ청년의사).
임현택 42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지난 27일 의협 기자단과 만나 현안과 앞으로 회무 방향을 밝혔다(ⓒ청년의사).

- 당선 소감은.

평상시라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난국이다. 회원인 전공의와 교수, 예비 회원인 의대생이 병원과 대학을 떠났다. 당선을 기쁘다고 표현할 때가 아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 가장 먼저 이행할 공략을 꼽는다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는 물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대응이다. 그나마 유지되던 의료체계를 단시간에 무너뜨릴 독소 조항이 가득하다. 이를 해결할 방책을 가장 먼저 내놓겠다.

- 다른 후보자 공약 중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인숙 후보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의협이 의료 현안 관련 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법을 발의했고 그 파급 효과가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의료계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은 어떻게 추진할지 전체적인 그림을 조망해야 한다. 박 후보가 이를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 귀한 능력을 베풀어 달라 부탁하고자 한다.

- 새 집행부 구성 원칙은.

능력이 제일이다. 능력 못지않게 열정도 중요하다.

- 의대 정원 배정이 완료돼 현실적으로 원점 재논의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정부 정원 배정안은 의료 현장에서 작동할 수 없는 안이다. 서남의대가 끝내 교수 요원을 구하지 못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다 퇴출당했다. 의학 교육 수준이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안대로는 학교도 병원도 절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의학 교육이 제대로 되리란 건 복지부 공무원들의 망상이다.

-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에 비해 개원가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금 전공의 목소리는 두 가지다. 개원가가 참여해도 국면 전환이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 개원가 참여율도 높지 않을 거라 본다.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지원에 집중해달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왜 선배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 두 가지 목소리를 다 염두에 두고 절차를 진행하겠다.

더는 똑같은 총파업도 하지 않을 거다. 더 이상 나이브하게 나갔다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지 않겠다. 집회는 필요하다. 하지만 모여서 국민의례하고 연대사하고 구호 외치다가 시간 맞춰 돌아가는 투쟁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참가자가 '재미있다'고 느껴야 한다. 주위에서 '다음에는 나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마련해 뒀다. 또한 우리 총파업에 필요한 법적 검토도 마쳤다.

여기 더해 이번 총선을 결판낼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정부여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

-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은.

이번 선거에서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와 봉직의, 교수가 저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들었다. 의협 회비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규모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일부러 회비를 납부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를 보고도 의협이 대표성이 없다고 할 텐가. 대답은 이미 충분히 됐다고 생각한다.

- 이번 선거도 총 선거인 수가 전체 회원 절반 수준인 점이 한계로 남았다.

전 회원 투표가 가능해져야 한다. 물론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 전체 회원 목소리를 경청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다. 또 의협이 근본적으로 회원 신뢰를 얻어야 한다. 회비를 내는 회원이 많아지면 그만큼 회비 부담도 덜어진다.

- 당선 당일 박민수 차관 파면을 요구했다. 오늘(27일) 박 차관은 '인사 사항은 답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 대화 전제조건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 본질을 생각해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달라'고 답했다.

박 차관이 단순히 경질되면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산산조각 낸 사람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그냥 물러나는 일이 된다. 부당하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못한 사람은 분명하게 책임져야 한다.

또 정리해고돼야 할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집에 갈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

-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하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새 집행부도 이런 기조인가.

우리나라는 이미 대통령을 탄핵한 역사가 있다. 어찌 보면 불행한 일이다. 탄핵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어떤가 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기회를 받고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다.

-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을 향한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사태는 전공의 때문이 아니다. 주 100시간 일하며 잠 못 자고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사람을 살려온 전공의가 아니다. 교수도 아니다. 이 사태를 만들고 의사를 모욕하고 긍지를 꺾고 희망을 잃게 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다.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

국민이 나서서 큰 목소리 내주길 바란다. 정책은 이렇게 추진하면 안 된다고.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가까이 총선이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 달라.

- 전임 이필수 집행부는 간호법 제정 저지나 총선 대응으로 다른 보건의료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앞으로 이들과 관계 설정은.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협력하겠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보수에 가까운 지향점을 가졌다고 해서 국민의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도 않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도 않겠다. 개혁신당에서 의사인 이주영 후보가 비례대표 1번으로 나온다. 의협이 전적으로 지원하겠다. 꼭 당선되게 돕겠다.

개별 후보에 대해서는 우리 의사 입장을 이해하고 정책을 추진할 사람을 중점적으로 지지할 생각이다. 누가 국민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될 후보인가에 무게를 두겠다. 반대로 의사를 향한 저열한 네거티브로 당선하고자 하는 후보는 철저히 배제하겠다. 이번에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나온 안상훈 전 사회수석비서관은 후보 사퇴하지 않으면 당선도 되지 못하게 최대한 노력하겠다. 의사를 모욕하고 칼을 들이댄 정당에 궤멸적 타격을 줄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겠다.

- 마지막으로 회원에게 한 마디.

어깨가 무겁다. 회원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가급적 국민도 우리 의사도 피해 없이 국면을 수습하도록 잘 꾸려나가겠다. 회원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압도적 성과를 보여드리겠다. 이번 회장은 정말 잘 뽑았다는 소리 나오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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