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는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전문의 취득 이후 수년 간 봉직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피고용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언론은 연봉 수 억원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고용주 연합인 병협은 구인난에 시달린다며 토로한다. 하지만 정작 봉직의는 일자리가 없다. 그래서 차라리 개업이라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렇다면 왜 구인을 하는 병원장들은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고, 구직을 하는 봉직의들은 일할 병원이 없다고 할까.불안정한 신분교직을 겸하고 있는 교수를 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이 추진됐던 지난 2020년, 의사 단체행동은 전공의들이 주도했다. 여기에 의대생들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전공의들이 대정부 투쟁 문을 열고 대한의사협회가 닫았다.이번에도 전공의가 앞장서고 의대생들이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범의료계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파업까지 고려한 대정부 투쟁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이어 12월에는 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투쟁 전략’이라며 한 달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협
고등학교 재학 당시 일이다. 국어 문제였는데 아무리 풀어도 답이 5번이었다. 답안지는 4번이었다. '왜 답이 4번이냐'고 질문했다. 선생님은 선생님 논리대로 '답은 4번'이라고 해설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수업이 끝나고 문제집을 만든 출판사에 전화해 이의제기를 했다. 얼마 뒤 답은 5번이고 답안지 표기 잘못이라는 연락이 왔다. 선생님은 답안지에 적힌 대로 끼워맞추려고 질문하는 학생에게 엉뚱한 논리를 댄 셈이었다. 그때부터 이 선생님 설명은 들어도 '정말 맞는 걸까' 의구심이 생겼다.대한민국 의료 현실이 딱 이와 같다. 오답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 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가진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시 부담금을 부과한다. 그 중 특정 사업장에 대해서는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사실을 공표한다.의료기관도 장애인의무고용기관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참고할 만한 최근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정신장애 3급(재발성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장애인인 원고는 경기 A시의 9급 일반행정
지난 2023년 12월 7일 대법원은 최초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1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 금지)위반과 관련해 1주간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했는지 여부는 ‘법정 근로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의 합’이 아닌 ‘1주간의 총 근로시간 중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판시했다.기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하급심에서는 통상 1일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일간 초과 근로시간)들을 합산해 합이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위반으로 판단했다
위나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에는 흔히 동의서를 쓴다. 검사 도중에 이상 증후가 보이면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동의서에는 출혈이나 감염, 천공 같은 무서운 용어들이 쓰여 있는데, 과연 조직 검사란 무엇이며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조직 검사는 생검(生檢, biopsy)이라고 하는 검사법의 일부이다. 생검이란 사람의 신체 일부를 떼어 내서 의학적으로 이상 유무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혈액 검사는 신체 어디에서 혈액을 채취하든 몸 전체의 상황을 나타내지만, 조직 검사는 병이 있을 부위를 선택한 후 그곳
작금 정부는 이른바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위기가 다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과학적 교육적 근거도 없이 500명, 1000명 등 숫자를 언론에 흘리더니, 작년 11월 21일에는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라는 미명 하에 각 의대에서 최대 3900여명의 증원을 원한다는 황당무계한 발표를 해 의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아무리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인기 영합적 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국정을 책임진 정부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공약을 이렇게 간보고 치고 빠지기 식으로 터뜨릴 수 있
지난 20년 동안 의사 1인당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그런데 정부 통계에서 이런 사실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아예 관심도 없었다. 매년 정부가 발간하는 OECD 보고서에도 다른 나라보다 적은 돈을 들여서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고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은 적은 돈으로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 최상단에 자랑스럽게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국의 의료비가 유례없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다.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은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한참 밑에 위치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연이어 규제기관 행정처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셀트리온과 더불어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움과 우려가 나오는 행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터루킨(IL)-12, 23 억제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인 ‘SB17’ 3상 임상시험(SB17-3001)에 대해 1.5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이는 약사법을 위반한 데 따른 것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식약처장의 변경승인을 받지 않고 승인받은 ‘사용(유효)기간’을 변경해 임상
며칠전 있었던 보건복지부 차관과 전공의 간담회 후 후기 형태로 쓴 한 전공의의 칼럼을 봤다. 정부의 사법 리스크 완화 정책에 대한 환영의 뜻과 그에 대한 일부 의료계의 반발 의견에 대한 질타가 섞인 글이었다. 양비론일 수는 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정부의 사법 리스크 완화 정책은 어디 까지나 형사 처벌과 관련된 부분에 국한된다. 민사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제외된 정책이다. 복지부 차관이 언급한 전제 조건, 의료진의 ‘진심 어린 사과’는 민사소송에 있어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정부가 제시한
지난 26일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의료의 미래를 바꾸는 제2차관-전공의 대화’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대표 자격으로 현장에 참여했다. 간담회는 '현장-zoom'으로 동시에 진행됐고, 위치적 여건상 현장에는 대부분 수도권 전공의가 주를 이뤘다. 지방에서 상경한 전공의는 본인 한 명인 듯했다. 이날 복지부는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과 모호한 답변만 내놓아 아쉬움이 많았다. 이 자리가 단지 의료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몇 동료 전공의들은 현장에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화상 채팅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지난 글에서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의료의 질 즉, Treatable mortality가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의사의 수로 많은 숫자의 병원과 병상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적은 의사 수이지만 많은 양의 의료 공급을 하면서도 낮은 Treatable mortality를 이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의사 인력의 질과 그들의 희생이 뒷받침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순히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만을 근거로 내세우며 ‘의사 수가 부
12세 환자가 A병원 응급실에 들어온다. 주 증상은 복통.A병원 소아응급진료가 불가 → 진료 가능한 B 병원으로 전원 → B병원 도착 → 진료 시작.복부 증상이 심상치 않다. 혈액검사 및 수액라인을 확보하고 응급 초음파검사나 복부 CT 검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나 소아 복부 CT를 판독해줄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다.B병원 의료진은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일일이 연락하여 찾아내 C병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후 C병원으로 전원 → C병원 도착 → 진료 시작 → 앞서 B병원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응급초음파
대법원이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해 이를 소개한다.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A씨는 수술 전 환자 B씨에게 전신 및 국소마취를 하고 간호사 C씨에게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한 다음 수술실에서 나왔다. 이후 수술 중 B씨에게 저혈압 증상 등이 반복되자 간호사는 A씨에게 전화했다. A씨는 간호사에게 혈압상승제 투여를 지시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다가 네 번 전화한 이후 수술실로 돌아와 환자에게 혈압상승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환자는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유족들은 A씨가 속한
이리도 황망히 가시다니요.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인생 여정에, 맑고 밝은 이정표가 사라진 기분입니다. “잘 지내지요? 늘 보고 싶소, 정 교수~” 따뜻하고 정갈한 교수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를 울리는데, 교수님이 부재한 지구별의 첫 새벽이 밝아옵니다.3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대학병원 내 금연클리닉을 시작하면서 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이신 교수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담배는 남자라면 당연히 피울 줄 알아야 하는 일종의 기호품이었고, 열차나 버스는 물론 비행기 안에서의 흡연도 당연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정부는 필수의료 붕괴 원인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 찾는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다며 이를 근거로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고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런 정부 방침은 시작부터 잘못됐다.의료계는 이전부터 의사 수가 아니라 배치 문제라고 말해 왔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은 의사가 없는데 개원의만 많은 것이 문제다. 그러나 의료계 지적에도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직접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달라"는 반응이었다.OECD 통계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들이 정한 답을 내세우기 위해 필요
몇 주 전 이번 개각과 함께 대통령실에 복지 수석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고 그 자리에 현 복지부 차관이 갈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대통령께서 의대 정원 증원을 천명한 뒤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없어서 어리둥절하던 차에 복지 수석실이 신설될 예정이라는 보도는 ‘아, 이제 의료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나 보다’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다. 사실 복지는 현 시민사회 수석실에서 가져가고, 보건 의료 수석실의 신설이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마저도 불발되었다.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우리 의료는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다. 이대
필자는 모 의과대학 교수로 22년간 재직한 후 의원면직했다. 의원면직을 택한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무엇보다 의대 교수로서 교육과 진료를 병행하면서 관심 있는 연구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회의를 느껴서다. 의대 증원 논의가 진행 중인 이 시점에 교수가 교육·연구·진료를 균형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의학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필자의 전공은 산부인과다. 대표적 기피과로 알려져 병원 내 전공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산부인과의 현실이다. 그러나 학부 의학 교육에서는 내과·외과 등과 함께 주요
의과대학 의학과(본과) 3학년생이었던 2000년, 허갑범 교수님의 외래 진료를 참관했을 때 한 타임에 환자 200명을 여유롭게(?) 직접 혈압까지 재면서 보시던 그 광경이 너무나 생생하다.그 당시에는 극대화된 생산성(낮은 임금/극강의 진료실적)을 보유한 시절이었다. 명의인 시니어, 가정을 버린 주니어, 그리고 100일 당직 가능한 전공의, 4주 출산휴가가 미안한 여전공의, ‘인간이 하루 2~3시간씩 자도 살 수 있구나’ 하면서 인간한계를 모르던 인턴들로 2023년 현재의 생산성(높은 임금/낮은 진료실적)의 3~5배는 올리는 구조였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20일 시행됐다. 지난 5월 19일 개정된 의료법이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시행된 것이다. 관련된 의료법 시행령도 발효됐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면허취소법에 대한 위헌성 시비가 강하게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를 통해 위헌성 여부가 판가름 날 때까지는 법으로 효력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숙지하고 대처해야 한다.면허취소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첫째, 면허취소 대상 범죄의 제한이 없어졌다. 의료인이 ‘보건의료’ 관련 범죄 이외에도 사기, 횡령, 성범죄, 음주운전 등 일반적인 범죄를 저질러, 법원이 금